행복은 전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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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전염된다
  • 오명하 기자
  • 승인 2020.03.03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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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안전뉴스] 칼럼

사진=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사진=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이웃과의 관계가 행복 밑천이다. 좋은 사람, 행복한 사람들과의 관계로 삶은 풍부해지고 살찐다. 정월 대보름날, 볕이 따뜻한 동네(陽村)에서 몇몇 친구들과의 모임이 그러하였다. 계수나무 아래에서 방아 찧던 토끼도, 휘영청 보름달도 없다. 복조리에 복을 나누어 먹던 인심은 개(犬)가 물어 가버려서 더욱 각별하다. 

상(床)에는 오곡밥과 갖가지 나물들로 가득하다. 제각기 가져온 한 가지 음식들이 더해진다. 귀밝이술과 덕담들로 흥이 무르익어 갈 즈음, 누군가 노래를 흥얼거린다. 스마트 폰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찾아낸 후 손바닥만한 휴대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듣는, 즉흥 음악 감상회가 열렸다.

뽕짝, 가곡, 클래식 등 장르도 다양하고 취향도 제 각각이다. 간간이 노래에 얽힌 사연도 함께하니 재미가 더해진다. 아들에게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선물로 받았다는 주인장의 은근한 아들 자랑도 싫지가 않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를 지우면 ‘님’이 되고, ‘님’이라는 글자에 점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허깨비 같은 사랑 놀음을 구구절절 잘도 묘사해 놓았다. ‘달 가고 해가면 별은 멀어도 산골짝 깊은 곳 초가 마을, 고향집 싸리울에 쌓인 함박눈(고향의 노래. 김재호)’이 가슴에 와 안긴다. 까까머리 유년시절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김동명 님의 시 ‘수선화’ 사랑도 아련한 그리움으로 마음을 적신다.

얼마간의 돈을 각출하여 몇 가지 상품을 샀다. 부부대항 윷놀이를 위해서다. 넉동을 먼저 나가는 쪽이 이긴다. 큰 기술이 필요 없다. 윷가락이 윷판 밖으로 낙상하지 않으면 된다. 여러 마리 말이 한꺼번에 업혀 가기도 하고, 사방팔방 돌기도 한다. 넉동에 얹어가는 말을 잡고, 지화자를 부른다. 도긴개긴인 판에서 낙판으로 무효가 되면 후회막급일 때도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 이 세상 천지에 윷놀이보다 쉬운 게임이 어디 있을까? 즐기다 보면 별것 아닌 일로 다투기도 하고, 날 선 말로 다치기도 한 감정들이 사라져 버린다. 행복감이 밀물이 되어 밀려온다.

설날이 가족중심의 명절이라면 정월대보름은 지역사회와 이웃과의 관계가 중심이 된 명절이다. 아침 일찍 ‘내 더위 네 더위’로 요령껏 더위를 팔아먹고, 밤, 호두, 땅콩 몇 알로 부스럼 깬다. ‘오곡밥에 아홉 가지 나물, 이곳 저곳에서 얻어먹어야 명이 길다’는 속설 때문에 복조리 들고 동네방네 돌아다녔다. 윷놀이로 설날 음식을 마저 비운 후 풍물패가 마을을 돌며 복을 빌어주고 주인은 답례로 음식과 곡식을 내 놓기도 하였다. 작은 대보름(14일)에는 온 집안에 등불을 켜 놓고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협박(?)에 졸린 눈 비벼대다 잠든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은 촉촉하였다. 겨울나기 힘들어도  열나흘 날, 종이로 옷을 만들어 입혔다가, 보름날 달집에 태워 액막이를 하기도 했다. 

 

행복 밑천

 

행복감이란 즐겁고 만족스러운 감정이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행복감은 물건을 소유했을 때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욱 지속성이 있다고 한다. 행복이란 목표가 아니다. 정량적이거나 골인 지점이 정해져 있지도 않다. 숨 쉬듯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만족감과 편안함이다. 작지만 소소하고 확실하게 즐길 수 있는 ‘소확행(小確幸)’이 행복의 본질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우리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 주는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산다. 학자에 따르면 친구(1단계) 15%, 친구의 친구(2단계) 10%, 친구의 친구의 친구(3단계)에게 6%정도의 영향력을 미친다고 한다(‘Connected’, 니컬러스크리스태키스, 하버드대). 서로에게 빚지고 사는 셈이다.

“재미있게 살고 싶으면 흥이 많은 사람과 사귀어라. 즐겁게 살고 싶으면 즐겁게 사는 사람과 함께하라. 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한 사람과 가까이 하라.” 우울한 사람과 함께하면 나도 우울해진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과 함께하면 나도 부정적인 사람이 된다. 검은색을 가까이 하면 검게 되고(近墨者黑), 붉은색을 가까이 하면  붉어진다(近朱者赤).

행복한 사람은 행복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는 사람끼리 무리지어 있다. 불행한 사람은 불행한 사람끼리 무리를 이룬다. 또 사회적 관계망의 말단에서 외롭게 홀로 존재하기도 한다. 

행복감을 느낄 확률은 ‘우리 주변에 누가 있느냐’의 문제이다. 좋고 선한 에너지를 서로에게 주는 관계가 행복의 밑천이다. 그러한 관계가 켜켜이 쌓여 숙성되면서 익어가는 삶이다. 정월 대보름날, 서로가 서로에게 선하고 좋은 사람이기를 빌고, 우리 모두의 액운을 마음속 달집에 던져 훨훨 태운다. 그대들이여! 선하고 좋은 일 많이 했으니, 복 많이 받으시길(By doing good, Being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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