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50년 만의 겨울 가뭄 속, 반복되는 봄철 산불 유연한 선제적 대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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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기고] 50년 만의 겨울 가뭄 속, 반복되는 봄철 산불 유연한 선제적 대응을
  • 오명하 기자
  • 승인 2022.10.2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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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사진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독자기고]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 올해 들어 겨울 가뭄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지난 2월 15일 경북 영덕군에서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500개 규모(약 400ha)의 산을 잿더미로 만든 불이 진화와 재발화로 이어지며 무려 36시간 만에 가까스로 진압됐다. 이외에도 최근 들어 안동, 예천, 하동, 영동 등지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계속되고 있어 산림 및 소방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올해 들어 2월 20일 현재 벌써 162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212.99ha의 산림을 황폐화했다. 올겨울은 많이 가물었고 대기와 산림은 생각보다 더 건조하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어 올봄 산불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림청은 「산림보호법」제31조제3항에 근거하여 2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105일간 ‘봄철 산불조심 기간’을 설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소방청도 산림화재 대비태세 강화 대책으로 지난 2월 14일 작전회의실에서 19개 시·도 소방본부 화재대응 담당과장과 119종합상황실장 등 43명이 참여한 가운데 영상회의를 개최하고 산림화재가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봄철 산불조심 기간’을 대비하여 전국 소방관서 대비태세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산림화재 분석 결과 연평균 발생하는 1,186건 중 봄철(2~5월)에 무려 67.5%인 801건이나 발생하고 있어, 소방차량에 설치된 호스릴 고압펌프장치 등 산림화재 진압장비 정상 작동상태 유지와 기상특보 발효 시 조치사항, 산림 인접 마을의 소방시설 유지관리 실태 등을 점검하고, 산림화재 발생 시 헬기 등 화재진압 자원을 초기에 집중 투입할 수 있도록 산림청,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공조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산림 인접 지역 소화전, 호스릴 비상소화장치 등 소방시설 점검, 불법 소각행위 금지 계도, 산림화재 진압 후 재발화 방지를 위한 잔불 감시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했다.

또한, 소방청은 지난 2월 20일 내년까지 63억7,500만 원의 예산을 투자하여 산불 진화에 특화된 ‘산불전문 진화차’ 17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비와 지방비가 절반씩 투입되는 ‘산불전문 진화차’는 지난해 처음으로 배치됐는데, 차체의 위치가 높고, 사륜구동이어서 언덕을 오르거나 험로를 주행하는 능력이 탁월하며, 수심 1.2m에서도 주행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주행을 하면서도 90m까지 방수를 할 수 있어서 산불 진화에 유용하다. 최근 경북 영덕군의 산불 진화에도 투입돼 높은 효용성이 입증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 영덕 산불에는 ‘무인방소차’도 함께 투입돼 활약했는데, 현재 전국에 21대가 배치돼 있지만 2025년까지 추가로 11대를 더 도입할 계획으로 예산 확보를 추진 중이다. 산불의 지형적 특성상 접근성이 어려워 헬기에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에서 지극히 바람직하고 서둘러 추진해야 할 조치로 두 손 들어 반기고 환영한다.

최근 10년간 산림화재를 원인별로 살펴보면 입산자 실화(失火)가 1,594건(33.6%)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였고, 이어 논·밭두렁 소각 717건(15.1%), 쓰레기소각 649건(13.7%) 등의 순이었다. 이렇게 봄철에 산불이 빈발하는 원인은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에서 강풍이 불어 바싹 마른 나무가 불쏘시개처럼 빠르게 타들어 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봄이 되면서 풀린 따뜻한 날씨로 산을 즐기는 입산자들의 실화와 농사철을 앞두고 논·밭두렁을 태우는 행위나 불법 소각에서 기인한다. 결론적으로 봄철 산불 빈발의 주범은 건조한 산림, 강한 바람, 부주의한 인재(人災)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화재는 습도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공기 중의 수분함량을 나타내는 ‘상대습도’보다는 목재 등의 건조지수를 나타내는 ‘실효습도’가 화재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보통 ‘실효습도’가 50% 이하가 되면 인화되기 쉽고, 40% 이하에서는 불이 잘 꺼지지 않고, 30% 이하일 경우 자연발생적으로 불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실효습도’ 3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건조주의보’를 발령하고, ‘실효습도’ 25% 이하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건조경보’를 발령한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1월 전국 강수량은 2.6㎜로 평년(26.2㎜) 대비 10.8%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1973년 이후 1월 강수량으로서는 최저로 50년 만에 최악의 겨울 가뭄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지난달 경남과 부산, 울산지역 강수량은 0.1mm, 강수일수는 0.3일로 막대한 농작물 피해까지 예상된다.

또한, 기후 위기로 건조와 강풍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 겨울부터 봄까지 더 길어진 건조기와 더 강한 바람이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포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철에는 계절풍인 북서풍이 자주 부는데, 이는 대륙에서 불어오는 건조한 바람으로 산불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특히 강원 영동지역 강풍은 ‘양간지풍(襄杆之風)’이나 ‘양강지풍(襄江之風)’의 영향이 크다. 양간지풍은 양양과 간성 사이에,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으로 고온 건조한 데다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은 ‘푄 현상(Foehn wind)’의 일종으로, 영동지역에 동풍이 불 때 습기가 많은 동해안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수증기의 응결로 영동지방에 비가 내린 후 영서지방에 고온 건조한 바람을 일으키는 ‘높새바람’과는 방향이 반대로 봄철 남고북저(南高北低)의 기압 배치 상황에서 서풍의 기류가 형성될 때 영서지방의 차가운 공기층이 태백산맥과 상층의 역전층(Inversion layer) 사이에서 압축되면서 속도가 빨라지고, 태백산맥의 급경사면을 타고 영동지방으로 불어 내려가면서 순간최대풍속은 35.6m/s까지 관측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강한 바람으로 변하여 영동지역 봄철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산불의 형태는 지엽(枝葉)이나 수관(樹冠)이 타는 수관화(樹冠火), 고목 등 수목이 타는 수간화(樹幹火), 지표(地表)를 덮고 있는 낙엽 등이 타는 지표화(地表火), 땅속에 있는 썩은 나무의 유기물 등이 타는 지중화(地中火) 등이 있는데, 고목 등은 수간화(樹幹火)가 되기 쉽고, 수관화(樹冠火)는 화세(火勢)가 강해 소화가 곤란하다. 임야화재의 특성은 골짜기에서 봉우리를 향해서 타는 것이 통례이지만 강풍 시에는 봉우리에서 골짜기로 역류하기도 하고, 지형적 영향으로 상승 기류를 타고 불씨가 중간 지점을 건너뛰고 위쪽으로 옮아 붙는 비산화(飛散火) 평탄면에서는 지표에서 연소한 화류가 수관에 옮기고 수관과 지표의 2단 연소가 되며, 경사면에서의 연소속도는 대단히 빠르고, 강풍에 불씨가 수백 m까지 날아가 옮아 붙는 비화(飛火)에 의한 연소 확대 위험이 크고, 긴 화선(火線)을 이룬다. 방어선의 설정은 연소속도와 방어선 구축작업 능력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하며, 방어선의 폭은 나무높이의 약 2배 이상, 풀 높이의 약 10배 이상 또는 10m 이상을 벌개(伐開) 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산불은 진화보다 예방이 정답이다. 건조와 강풍을 만나는 날씨에는 얼마나 많은 눈과 발길이 산불 위험 요인을 제거하고 발화점을 감시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대부분 산불은 사람의 부주의에 의한 인재(人災)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산불 발생 위험도가 높은 통제지역은 출입하지 말고, 취사와 야영은 허용된 구역에서만 실시하며, 산에서는 라이터, 담배 등 화기(火器), 인화(引火) 물질 및 발화(發火) 물질을 소지하거나 흡연을 절대적으로 금하고, 산림과 가까운 곳에서는 논‧밭두렁이나 쓰레기 등의 소각해서는 아니 된다. 봄철 논밭에 사는 생물 조사한 결과 해충(害蟲)은 11%에 불과하고, 나머지 89%는 해충을 잡아먹는 천적인 거미와 같은 익충(益蟲)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논·밭두렁 태우기는 해충 방지 효과가 거의 없다. 장기적으로는 침엽수는 활엽수보다 불도 잘 붙고, 불길도 오래 지속되는 점을 고려하여 산불 피해지역 복구 조림(造林) 시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보다는 활엽수로 방화(防火) 수림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산림 연접지에서는 화목(火木)보일러 사용을 자제하고, 벌채(伐採) 부산물이나 산불 피해목 등 미이용 바이오매스(Biomass)를 사전 제거하며, 산불 발생 시 진화용 헬기의 신속한 투입을 위해 계류장 및 진입로를 확장하고, 동절기 담수지 결빙 방지 장치를 운용함으로써 효과적인 산불 진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진화 장비를 현대화하는 등 체계적이고 유연한 선제적 대응책을 서두를 것은 당연지사다. 초기 신속한 진화에 필요한 시스템을 갖추고 산불에 대한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와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있어서는 결코 아니 될 것이며, 산불이 꽃소식보다 먼저 봄을 알리는 불상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명제임을 각별 유념하고 실행으로 답해야 한다. 특히, 선거가 있는 짝수 해에 유독 대형 산불이 발생했던 뼈아픈 징크스(Jinx)가 재현되지 않도록 주위를 철저히 살피고 소중한 산림자원을 지키고 보호하는 데 매진해야만 한다.

또한, 「산림보호법」 제53조제3항에 따라 과실로 인하여 타인의 산림을 태운 자나 과실로 인하여 자기 산림을 불에 태워 공공을 위험에 빠뜨린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도 있고, 같은 법 제57조제3항제2호에 의거 허가 없이 산림이나 산림인접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불을 가지고 들어간 자나, 같은 항 제3호에 의거 산불조심기간에 산림이나 산림인접지역에서 풍등(風燈) 등 소형열기구를 날린 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으며, 같은 조 제4항제1호에 의거 산림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꽁초를 버린 자나, 같은 항 제2호에 의거 인접한 산림의 소유자ㆍ사용자 또는 관리자에게 알리지 아니하고 불을 놓은 자 그리고 같은 항 제3호에 의거 화기(火器), 인화(引火) 물질 및 발화(發火) 물질을 지니고 산에 들어간 자는 3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고, 같은 조 제5항제1호에 의거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입산통제구역에 들어간 자나 같은 항 제2호에 의거 산림행정관서에서 설치한 표지를 임의대로 옮기거나 더럽히거나 망가뜨리는 행위를 한 자는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을 수 있다. 당연히 경각심 고취는 물론 주민 계몽과 등산객 홍보 등 산불 예방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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