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가족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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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족은 없다.
  • 오명하 기자
  • 승인 2019.10.28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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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코리아안전뉴스]  칼럼 [▲ 최병현 미래인재역량개발연구소 대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드라마가 모 방송국에서 방송된 적이 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무능한 의사 남편, 그리고 과년한 딸과 재수생 아들을 위해 평생을 헌신적으로 살아온 주부의 삶을 그렸다.

어느 날 엄마(인희)는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게 되고, 죽어가면서도 남겨질 가족들을 위해서 삶의 편린들을 하나씩 정리해 간다. 이생의 마지막 날 밤, 남편의 품에 안겨서 “당신 나 죽으면, 나 생각할거야? 언제, 어느 때 생각날 것 같아?” 억장이 무너져, 몇 번을 물어보아도 대답을 하지 않던 남편은 띄엄띄엄, 어렵게 말을 꺼낸다. “출근할 때, 넥타이 맬 때, 된장국이 맛이 없을 때, 된장국이 맛이 있을 때, 술 먹었을 때, 잠자리에 들 때, 잘 때, 아침에 깰 때”, “그리고, 또 ~” 다시 한 번 다그친다. “어머니 망령이 나실 때, 영수(딸)시집 갈 때, 정수(아들)대학 입학 할 때, 대학 졸업할 때, 명절날 지짐이 부칠 때, 추석날 송편 만들 때, 나이 들어갈 때, 외로울 때”

가족 간의 갈등은 일상이었다. 노부모 간병, 의사이면서도 아내의 병조차 눈치 채지 못하는 무관심과 사랑의 결핍, 자녀교육, 가사분담, 성격차이, 세대 간 이해부족 등 많고도 다양했다. 엄마(인희)는 이러한 아픔들 쯤이야, 새가 깃털에 부리 짓 하듯 서로에게 비벼대고 쪼아대며, 삭이고 견뎌왔다. 자신의 삶이 책임질 만큼의 충분한 고통을 가족들을 위한 희생으로 갚아온 셈이다. 엄마의 작고 소소한 몸짓들이 쌓여 가족을 이어주는 아름다운 고리가 되었다. 그리고 가족들과 남편의 품에 안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당당하게 할 수 가 있었다.

가족이란 서로 부대끼며 가까워지는 관계다.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습관처럼 필요할 뿐이다. 서로를 포기하지 않고 공기처럼 들여 쉬고 내쉬면서 마침내 존재조차 느낄 수 없게 한 몸이 되어간다. 포기하지 않는 노력들이 아름다운 삶의 빛나는 보석이 된다.

우리의 주변에는 갈등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가족해체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때로는 가족이 서로를 증오하고 관계가 비틀린 경우도 부지기수다. 전 남편을 엽기적으로 살해한 사람, 생후 7개월 된 딸을 굶겨 죽인 젊은 부부도 있다. 어느 시의원은 아내를 골프채로 폭행해 심장파열로 사망케 했다. 얼마 전, 의정부에서는 생활고를 비관한 50대 가장이 아내와 여고생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가족은 혼자만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공동체이다.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다. 조직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족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방법들이 필요하다. 가족시스템의 목적은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함께 알아갈 수 있고, 사랑과 이해의 아름다운 가족가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희로애락을 함께하고 진실한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운영 되어야 한다.

“행복한 가족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족은 저마다 불행한 모습을 보인다.” 톨스토이의 소설<안나 카레니나>의 한 대목이다. 이는 행복하고 건강한 가족들은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행간의 의미도 포함된다.

삶은 의사결정의 드라마다. 그 바탕이 되는 신념체계가 ‘가족가치관’이다. 이를 바탕으로 가족들의 행동패턴이 정해지고 가족의 정체성이 확립된다. 가족을 흩어지게 하기도 하고 단단하게 뭉치게도 한다. 또 삶이 힘들어 질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하다.

E.와그너교수(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의 가족제도야 말로 21세기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한국의 가족제도가 실현되면 세계가 행복해 질 수 있다.” 라고 극찬하였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붕괴시키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직면해 있다. 가족들이 지켜야 내야할 가족가치관이 무너져 가족제도의 근간부터 흔들린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가치관에 바탕을 둔 가족제도로 가정이 운영되어 왔다. 이름하여 가통(家統)이라는 묵시적인 가족규칙을 말한다.

현대는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 1인 가족 등으로 다양하게 분화되어 왔다. 형태의 다양함만큼이나 가족들의 생활패턴과 생각도 복잡하고 미묘하다. 이미 전통적인 가족규칙으로 갈등을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보는 관점이 틀리고 생활패턴이 다르다보니 부자간, 고부간, 형제 자매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가족들 간에 갈등과 다툼이 반복되다보니 관계가 단절되기도 하고 가족해체에 까지 이른다.

학교에는 학칙이 있고 국가에는 헌법이 있다. 작지만 가장 소중한 조직인 가정도 나름의 ‘가족규칙’이 있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통해 가족의 행복과 안정이 도모될 수 있다.

가족가치관은 가족 수 만큼 다양하게 존재한다. 따라서 다양한 가치관에 바탕을 둔 ‘가족규칙’을 만들어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구성원의 가치관을 간추려 큰 틀의 개념에서 합일점을 찾고, 세부적인 부분은 조금씩 절충하면서 가족규칙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산고(産苦)를 겪고 가족 모두의 ‘참여’로 만들어진 가족규칙은 갈등을 잘 조율하고 시련을 이겨내는 가풍(家風)이 된다. 반면 가부장적 권위로 가족의 동의 없이 만들어진 가족규칙은 가족을 속박하고 옥죄이는 사슬일 뿐이다.

멀고 긴 여행을 가장 쉽고 즐겁게 하는 방법이 있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가 힘들 때 위로가 되고 포기하지 않도록 서로를 격려하는 것이다. 일상에 지친 하루가 평안을 찾고 가족들의 따뜻한 위로가 집안 가득하다. 서로를 토닥이는 온화한 말과 미소가 새싹이 된다. 식탁은 말없는 사랑의 밀어로 이미 충만하다. 아이가 부모에게 묻는다. “천국이 어떻게 생겼어요?’ ‘애야, 이곳 우리 집이 천국의 모습 이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는 완벽한 가족은 없다. 그러나 행복한 가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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