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류진창 // 어르신이 대접받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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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류진창 // 어르신이 대접받는 세상
  • 오명하 기자
  • 승인 2022.02.1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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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류진창 ㈜ 와이드팜 회장·수필가
사진 = 류진창 ㈜ 와이드팜 회장·수필가

[코리아안전뉴스] 오명하 기자 = 설은 우리민족 고유의 대명절이다.

새로운 한해를 시작하는 정월 초 하룻날이 곧 설이다.

보낸 한해를 마감하여 정리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시점과 종착점을 가르는 날이 섣달그믐과 설이있는 정월 초하루가 된다. 사람들에게는 설을 보내야만 비로소 나이 한살을 더먹는 날이니 기념비적인 분기점의 날이 설이다. 지난해의 서운했던 일이나 성나고 슬픈사연은 보내는 저해에 날려버리고 상서로운 바램만을 안고 새해를 맞이 하자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 날이 설이다. "재앙은 소에 실어 천리밖으로 보내고. 호랑이는 행복을 사방에서 몰고 오도다."(牛載災殃千里去.虎驅幸福四方來) 소의 해를 보내며 호랑이 새해를 맞는 연하장의 글이다. 14억 인구가 살고있는 이웃 중국에서는 최대명절이 춘절(春節)이라는 설이다. 춘절을 보내는 보름동안 유동인구가 무려 25억명에 이른다니 중화민족의 거대한 축제가 보름동안 이어지는 것이다.

설날 아침이면 자손들은 저마다 단정한 설빔으로 갖춰입고 조상님 영전에 술잔을 올리고 새배를 드리는 우리 고유의 전통 풍속이다.

일반 기제사와는 달리 흰 가래떡을 곱게 썰어 떡국을 지어 드리는 것이 특징이다. 웃어른을 따라 줄지어 성묘길를 다녀온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윷판을 벌이며 화투놀이로 밤새도록 가족사랑을 나누는 일도 설이 주는 아름다운 풍속도다.

어린애들은 손꼽아 기다려온 설을 맞이하기 위하여 장롱속에 걸어둔 색동저고리 바지를 몇 번이고 입어보기를 하다가 드디어 기다리는 설이 다가오면은 할아버지를 비롯한 웃어른 들께 큰절을 드리고 만수무강을 기원드린다. 새배를 받는 어른은 년만(年滿)한 여자아이에게는 올해는 꼭 백마탄 총각이 나타나 시집가는 경사가 있기를 바래주고, 시험 준비를 하는 수험생에게는 조상님의 보살핌으로 원하는 대학이나 직장에 합격의 광영이 있을 것이라는 덕담을 내려준다. 새해 세배 자리에서 하이라이트는 단연 세뱃돈이다. 그것도 어린 세배꾼에게는 거액의 용돈이 들어오는 일이니 설맞이 기대치는 두배가 넘지 않을까? 빳빳한 신권으로 준비한 세뱃돈을 건내줌으로서 세배 행사는 일단 끝이 난다. 설날은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생업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리던 고향의 부모형제 이웃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날이니 설은 참 좋은 명절이다. 그 뿐은 아니다. 내내 뒷자리만 지키고 살아왔던 어르신의 존재를 비로소 찾아주고 챙겨주는 날이 설이다. 설날에는 너나없이 어르신을 아랫목에 모시고 큰절을 올린다. 어르신의 길고 짧은 얘기도 고분 고분 들어드린 날이 설이다.

세뱃돈이 있는 설날이어서 어르신이 대접 받는 날이라면 서글퍼진다. 평생동안 어르신이 되기까지 한 가정을 일구고 사회의 건전한 일원의 과정이 간과되거나 묻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어르신은 반드시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어르신이 당당히 가슴을 펴고 목소리를 높이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돈 많은 재벌그룹 회장, 학식 높은 교수보다도 어르신이 더 높은 세상이 되어야 한다. 어르신이 대접받지 못하는 사회는 천민(賤民)의 세상이다. 어르신을 몰라보는 세상은 망할 세상이다. 어르신은 국가 구성원의 원로다. 때문에 어르신 앞에 공손히 예의를 갖추는일은 도리이며 인륜의 질서가 되는 것이다. 길거리에서 싸움질을 하다가도 어르신이 오시면 싸움을 멈추는 세상이 된다면 어떻겠는가 ? 생각만 해도 마음이 훈훈해 진다.

어르신이 의기 소침하여 주변의 눈치나 보면서 살아가는 세상은 슬픈 세상이다. 어르신이 구석지 신세나 지면서 낮은 목소리로 기죽고 사는 세상은 빌어먹을 세상이다. 밀림의 맹수들도 위아래 질서가 엄존하거늘,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인간사회에서 질서가 무너진다면 인간세상 이기를 포기하는 일이 될것이다.

질서는 서로가 더불어 받들며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가치다.

인간사회에 있어서 선진국의 정의는 제도적으로 인간의 기본권이 존중되며 질서가 확립된 나라를 선진국으로 치고 싶다. 물질문명이 풍족하고 학력 수준이 높은 나라가 필시 선진국은 아니라는 견해다. 질서가 없는 나라는 곧 미개한 나라며 민족이라는 분명한 소신이다. 아무리 잘먹고 잘사는 나라라 할지라도 질서가 파괴된 나라는 암흑같이 불안하고 험악한 세상이 될 것이다. 살찐 돼지목에 몇줄의 진주 목걸이를 두르고 날뛰는 형상이라 비견되는 것이다.

그리스 속담에 집안에 어르신이 계시지 않는다면 빌려서라도 모셔야 된다고 하였다. 가정과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데는 어르신의 경륜과 지혜의 필요성도 있겠지만, 그보다 질서를 세워나가는 대목에 높은 의미를 달고 싶다.

우리의 전통적 교훈은 장유유서와 경로효친(長幼有序.敬老孝親)이다. 동방예의지국에 살고있는 우리에게 뭐 그렇게 지나친 기우를 하느냐고 나무라 주는 사람이 참으로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어르신은 마땅히 존경 받아야하고 존중하는 세상이 진정한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는 소박한 주장을 말하고 싶다.

지구촌 인류사회를 지루하게 위협하고있는 코로나 전염병 때문에 예전같은 설풍경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르신이 좋하고 기다리는 설날이 늘 이어지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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